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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자 '동백아가씨'부터 BTS까지…"K팝, 플랫폼으로 확장"

입력 2026-08-14 11:2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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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J팝 역사 심층 비교 분석한 '한일 대중음악사'




한일 대중음악사

[글항아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K팝의 영향력은 붐에 그치지 않고 플랫폼으로서 확장됐다…(중략)…2010년대 일본에서의 K팝 수용은 단순 소비가 아니라 K팝이라는 플랫폼에의 참여였다."


1960년대 국민적 인기를 누렸지만, 왜색(倭色) 논란에 휩싸인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부터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글로벌 성공과 뉴진스 하니의 '푸른 산호초' 커버까지.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래 약 70년에 이르는 장대한 한국과 일본의 대중음악사를 심층적으로 비교·분석한 신간 '한일 대중음악사'가 출간됐다.


저자인 김성민 일본 홋카이도 대학 대학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연구원 교수는 일본이 세계 2위의 음악 대국으로 부상한 1970년대, J팝이 크게 성장한 1980년대, 한일 간 음악적 차이가 뚜렷해진 1990년대, 한류 붐을 계기로 K팝이 날개를 펼친 2000년대∼2020년대까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주요 음악과 음악인을 소개한다.


저자는 특히 이 과정에서 가깝고도 먼 한국과 일본의 대중음악이 서로에게 끼친 영향과 이에 따른 변모 양상을 세심하게 짚어냈다.


이에 따르면 일제강점기를 경험한 한국의 대중음악은 초창기 일본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저자는 "한일의 근대 대중음악은 서양 음악을 수용·융합한 '창가'를 공통 출발점으로 삼는다. 서구적인 선율에 자국의 언어와 정체성을 실어 부르던 창가는 1910년 한일강제병합을 계기로 일본의 창가 체계에 통합됐다"며 "특히 메이지 시대 이후 일본에서 사용된 '요나누키 음계'를 바탕으로 한 창가 교육은 1930년대 본격적으로 꽃피운 한국 유행가, 즉 후일 트로트의 전형을 형성하는 데 막중한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때문에 트로트는 탄생부터 '왜색 가요'와 '전통 가요'라는 상반된 두 이미지를 동시에 부여받았고, 때로는 '왜색' 논란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1992년 국내 가요 시장을 댄스 그룹 중심으로 재편한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은 한국 대중음악 시장을 바라보는 일본에도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일본에서는 그전까지 조용필을 비롯해 계은숙, 김연자, 주현미, 나훈아 등의 활약으로 '한국 대중음악 = 한국 엔카'로 인식하고 있었지만 서태지와 아이들의 속사포 같은 한국어 랩은 이 등식에 커다란 균열을 일으켰다.


저자는 "갑작스럽게 부상한 한국어 랩이 주는 인상은 단순히 그 표현 형식에 대한 생소함이나 위화감을 넘어, 한국에 대한 기존 인식을 뒤흔드는 이질성에 가까웠다"며 "서태지의 음악이 K팝의 원점이었다면, 일본에서는 서태지의 발견과 그 이질성에 대한 관심이 이후의 K팝 수용과 융합의 시작점이었다"고 평가했다.


저자의 시선은 이후 1990년대 H.O.T.를 필두로 한 1세대 K팝 아이돌 시장의 개막과 한류 붐, 그리고 2000년대 보아와 2010년대 카라와 트와이스 등의 인기로 이어졌다.


보아가 일본 팬은 물론 한국 팬의 욕망까지 충족시키며 새로운 한일 음악 교류의 상징이 됐다면, 카라·소녀시대·트와이스는 한국과 일본을 넘어 글로벌 대중의 욕망까지 흡수해 K팝의 영향력을 확장했다고 봤다.


저자는 K팝이 미디어 플랫폼의 변화를 기민하게 읽어내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데 주목했다. K팝 스타들은 이를 통해 글로벌 팬덤을 결집했고, 이는 방탄소년단의 미국 빌보드 차트 1위 달성에도 영향을 끼쳤다.


저자는 무엇보다도 K팝이 2010년대 이후 그 자체로 하나의 중요한 플랫폼이 됐다는 시각을 제시한다. 2010년대 한일 관계 악화에도 일본 내 K팝 인기가 이어진 것이나, 트와이스를 동경해 일본의 유망한 인재들이 K팝 스타의 꿈을 품고 한국으로 향한 것이나, 마쓰이 쥬리나·미야와키 사쿠라(르세라핌의 사쿠라) 등 인기 J팝 아이돌이 연습생 신분으로 한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한 사례 등은 이러한 흐름에서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인기 일본 걸그룹 니쥬를 배출한 JYP엔터테인먼트와 소니뮤직 공동 주최 오디션 '니지 프로젝트'를 거론하며 "K팝을 세계, 특히 미국을 향하는 플랫폼으로 삼는 움직임은 2020년대 들어 한 차례 더 가속화됐다"고 조명했다.


한일 양국의 대중음악 변천을 콘텐츠 그 자체를 넘어 국가, 자본, 생산·소비 주체의 욕망, 미국 주류 대중음악의 발전 등 다양한 차원에서 입체적으로 읽어낸 이 책은 지난해 제3회 일본 음악책대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글항아리. 368쪽.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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