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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보다 뜨거웠던 펜타포트…英 매시브어택 '시대유감' 열창도

입력 2026-08-01 22: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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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독재·부패 맞선 저항의 시기에 태동'…5·18 등 민주화 항쟁 영상도 표출


관객들 강강술래·기차놀이에 더위 식힌 물줄기…"삶이 팍팍할 땐 역시 음악"




2026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인천=연합뉴스) 임순석 기자 = 31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2026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관람객들이 더 발룬티어스의 공연을 즐기고 있다. 2026.7.31 soonseok02@yna.co.kr


(인천=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왜 기다려왔잖아∼ 모든 삶을 포기하는 소리를∼ 이 세상이 모두 미쳐버릴 일이 벌어질 것 같네∼!'


1일 밤 인천 송도 달빛축제공원에 마련된 커다란 네모 박스 모양 무대 위에서 서태지와아이들의 히트곡 '시대유감'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무대에 선 이는 서태지가 아닌 영국 유명 그룹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 원곡의 한국어 후렴구를 정성스레 한 문장 한 문장 읊어내는 광경에 야외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의 시선이 집중됐다.


이날은 국내 대표 록 페스티벌인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2일차로, 매시브 어택은 행사 둘째 날 헤드라이너(간판출연자)로 무대에 올랐다.


1990년대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정면으로 꼬집은 가사를 30여년의 세월이 흐른 뒤 유명 외국 뮤지션의 목소리로 다시 듣는 경험은 무척이나 색다르게 다가왔다.


매시브 어택이 후렴구 '검게 물든 입술'을 선창하자 관객들은 입 모아 '정직한 사람들의 시대는 갔어!'라고 떼창으로 화답했다.


1988년 영국 브리스톨에서 결성된 매시브 어택은 데뷔 앨범 '블루 라인스'(Blue Lines)를 시작으로 '언피니시드 심파시'(Unfinished Sympathy), 미국 드라마 '하우스'의 오프닝으로 사용된 '티어드롭'(Teardrop) 등으로 명성을 쌓았다. 이들은 전자음악, 힙합, 솔(Soul), 덥(자메이카 레게에 기반해 발전한 음악 장르), 록을 결합한 실험적인 사운드를 들려줬고, 느린 비트에 전자음악과 록을 결합한 '트립 홉' 장르의 선구자로 평가받았다. 이들이 내한 공연을 펼친 것은 2010년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이후 16년 만이다.




'폭염 속, 록의 열기 속으로'

(인천=연합뉴스) 임순석 기자 = 31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2026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관람객들이 더 발룬티어스의 공연을 즐기고 있다. 2026.7.31 soonseok02@yna.co.kr


매시브 어택은 특히 40년 가까운 활동 기간 동안 기후 위기, 인권, 반전(反戰) 같은 사회적 메시지를 꾸준히 발신해왔다. 이들이 최근 공연 세트리스트에 '시대유감'을 꼭 넣는 것도 팀의 이 같은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


'시대유감' 무대에 앞서 LED 전광판에는 'K팝은 독재와 부패에 맞선 저항의 시기에 태동했다'는 메시지가 나왔고, 이어 5·18 민주화 운동을 비롯한 1980∼90년대 민주화 항쟁 영상이 표출돼 관객을 놀라게 했다. 곡이 끝날 즈음엔 '저항에 불을 붙인 새로운 음악은 어디에 있나'라는 질문이 관객을 향하기도 했다.


매시브 어택은 한국 팬들에게 대표곡 '티어드롭'과 '언피니시드 심파시'는 물론 '인 마이 마인드'(In My Mind), '블랙 밀크'(Black Milk), '걸 아이 러브 유'(Girl I Love You) 등을 들려줬다.


이들은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내는 세련된 비트와 사운드에 세계 각국의 권력과 거대 기업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영상을 곁들였다. LED 전광판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러시아의 민간 군사그룹 바그너 그룹의 창립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물론, 미국의 이란 초등학교 폭격 관련 영상까지 등장했다.


매시브 어택은 관객을 향해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라고 친근하게 인사도 건넸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메인 스테이지에서는 이날 매시브 어택 외에도 극동아시아타이거즈, 권진아, 이승윤, 혁오 등이 열띤 무대를 꾸몄다. 함께 마련된 '몬스터 에너지 스테이지'와 '스탠리 1913 스테이지'에는 하이파이 유니콘, 초록불꽃소년단, 장필순, 더 지저스 앤드 메리 체인 등이 올랐다.


이날 30도를 훌쩍 웃도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졌지만, 솟구치는 록의 거친 에너지를 이겨내지는 못했다. 작열하는 태양 빛 아래 록 마니아들이 콩나물시루처럼 꽉꽉 들어찼고, '록페의 민족'·'이거 보고 기타 샀다'·'만남의 광장' 등 재치 있는 문구가 담긴 깃발들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관객들은 땀 범벅이 된 채 제자리에서 방방 뛰다가 헤드뱅잉을 했고, 누가 먼저 시킨 것도 아닌데 약속이라도 한 듯 자연스레 기차놀이와 강강술래도 펼쳤다. 음악에 맞춰 '어기영차' 뱃놀이를 즐기는 이들도 있었다.




폭염 속 록의 열기 속으로

(인천=연합뉴스) 임순석 기자 = 31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2026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관람객들이 쏜애플의 공연을 즐기고 있다. 2026.7.31 soonseok02@yna.co.kr


때마침 뛰어노는 관객의 머리 위로 '솨' 하고 시원한 물줄기가 뿜어져 나와 잠시나마 열기를 식혔다.


빼곡하게 들어찬 스탠딩 관객 뒤편으로는 돗자리를 펼 수 있는 피크닉 존이 마련됐다. 커플이나 가족 단위로 온 관객들은 모자, 선글라스, 양산 등으로 햇빛을 피한 채 누워서 여유롭게 음악을 즐겼다.


피서를 즐기는 듯한 관객, 음악과 혼연일체가 돼 땀방울을 흘리며 뛰노는 록 마니아, 거친 기타 사운드가 터져 나오는 무대, 그 뒤로 병풍처럼 드리운 송도의 마천루가 한데 어우러져 이색적인 풍경을 빚어냈다.


이날 인천 송도의 낮 최고 기온은 36도에 달했고, 해가 진 뒤 오후 8시에도 30도에 이를 정도로 한여름 무더위가 절정에 달했다.


주최 측은 수만 명이 운집하는 행사의 특성상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초대형 2곳 포함 총 6곳의 쿨존(Cool Zone·냉방 구역)을 마련했고, 입장하는 관객을 대상으로 생수를 무료로 증정했다. 또한 공연 중간중간 총 180t의 물을 사용해 물줄기를 쏟아냈다.




2026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인천=연합뉴스) 임순석 기자 = 31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2026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관람객들이 쏜애플의 공연을 즐기고 있다. 2026.7.31 soonseok02@yna.co.kr


대전에서 온 안주현(29)·강보경(28) 씨는 "오늘 너무나 더웠지만, 더운 만큼 공연의 열기가 뜨거웠고 재미있었다. 라인업이나 전반적인 운영도 예년보다 나아진 것 같다"며 "오늘 공연 가운데 이승윤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무대에서 내려와 멀리 뒤에 있는 관객과도 소통해서 좋았다. 삶이 팍팍할 때면 음악만한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페스티벌 현장에서 만난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펜타포트는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록 페스티벌로서 한때 행사의 존속 여부를 우려하던 시기를 지나 확실히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관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축제의 완성도도 높아졌다"고 짚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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