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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느러미' 박세영 감독 "코로나 때 절망…의심의 비극 그렸죠"

입력 2026-07-15 15: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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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한국 배경의 디스토피아 SF…"자본 닿지 않은 한국의 공간 담으려 해"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 제작자 보베르와 협업…"작업 멈추는 게 두려워"




영화 '지느러미' 박세영 감독

[에무필름즈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2020년 코로나19 확산은 사람과의 만남에 변화를 가져왔다. 누군가와 대면할 때는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불안을 느껴야 했다. 자신이 간 곳에 감염자가 있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공포마저 들었다.


당시 코로나19의 인상은 첫 장편 영화 '다섯 번째 흉추'(2022)를 제작한 이후 다음 작품을 준비하던 박세영 감독에게 깊게 남았다. 잔상은 그의 두 번째 장편 '지느러미'에 반영되며 근미래 통일 한국을 배경으로 환경이 오염된 디스토피아로 구현됐다.


"내가 감염될 수 있다는 위험을 안고 만나니까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바뀌었습니다. 보다 개인주의로 변화한 점이 절망적으로 느껴졌어요. 그런 절망과 불안감, 공포가 영화의 색채와 구조에 영향을 미쳤죠."


지난 14일 서울 에무시네마에서 만난 박 감독은 "('지느러미'는) 쫓고 의심하고 거리를 두고 바라보다가 비극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코로나19의 잔상과 연결된다"며 영화 제작 과정을 이렇게 돌아봤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SF 영화 '지느러미'는 유전자가 변이돼 지느러미를 지닌 채 태어난 오메가라는 돌연변이와 이들을 감시하고 노동을 착취하는 인간의 이야기를 그렸다.


인간의 감시에서 벗어나 탈출한 오메가(고우 분)와 이를 알게 된 신입 공무원 수진(김푸름), 오메가임을 숨기고 살아가는 낚시터 직원 미아(연예지)가 이야기의 축이다. 서로를 쫓고 관찰하고 의심하던 이들의 선택과 행동이 극의 흐름에 파장을 일으킨다.




영화 '지느러미' 속 장면

[시소픽쳐스·에무필름즈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영화 속 통일 한국은 세련된 모습과 거리가 멀다. 좁고 더러운 뒷골목, 삭막한 아스팔트 건물은 영화가 미래가 아닌 과거를 배경으로 한 듯한 인상을 준다. 박 감독은 남산시민아파트 등 수십 년 전 지어진 건물을 배경으로 촬영해 '지느러미'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박 감독은 "아름답고 깨끗한 공간이라기보다는, 자본의 터치가 닿지 않은 공간을 많이 조명하려고 했다"며 "위생적이지 않거나 낙후돼 별로 가고 싶지 않아 하는 장소들을 찍었다"고 말했다.


디스토피아를 구현하는 또 다른 핵심은 세피아 톤의 화면이다. 이는 제작 여건상 빠르게 찍어야 했던 현실에서 비롯됐다. 조명을 비추지 못하고 촬영해 어둡게 나온 화면을 살리기 위해, 다른 장면들의 톤을 해당 화면에 맞추면서 특유의 색감이 완성됐다.


지느러미와 같은 크리처 요소도 눈에 띈다. 곰팡이를 주인공으로 기괴함과 낯섦을 선사하는 전작 '다섯 번째 흉추'를 떠올리게 한다.


박 감독은 "영화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2006)를 보고 기괴하지만 아련한 감정을 느꼈다"며 "저도 영화에서 보기에 불편하면서도 따뜻한 감정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지느러미' 속 장면

[시소픽쳐스·에무필름즈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이번 영화에는 세계적인 프로듀서 필리프 보베르가 제작에 참여했다. 보베르는 2017년과 2022년 각각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더 스퀘어'와 '슬픔의 삼각형'을 제작했다.


박 감독은 2022년 '다섯 번째 흉추'로 사라예보영화제를 찾았을 때 보베르를 만났다. 당시 '지느러미' 가편집본을 본 보베르는 박 감독에게 협업을 제안했다. 박 감독은 독일 베를린으로 날아가 보베르가 차린 제작사 사무실에서 의논하고 편집하면서 작품을 완성해나갔다. 이는 그에게 외로움을 덜었던 경험으로 남았다.


박 감독은 "그전에는 후반 작업을 할 때 이게 맞는지, 관객이 이해할 수 있을지 혼자 판단해야 했다"며 "이번에는 너무 많은 분이 의견을 주니 당혹스럽기도 했는데, 몇 년간 같은 과정을 거치니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명확히 알게 됐다"고 떠올렸다.


'슬픔의 삼각형'의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을 비롯해 라르스 폰 트리에르, 미이케 다카시 등 같은 사무실에서 작업하던 거장들을 접할 기회도 있었다. 매주 열린 편집본 상영회에서 감독들이 영화를 보고 피드백하는 과정이 좋았다고 박 감독은 기억했다.


그렇게 3년간 편집하고 추가 촬영한 끝에 개성 있는 화면과 소리를 갖춘 영화가 완성됐고, 이 작품은 지난해 제78회 로카르노영화제 신인 감독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박 감독은 "색 보정을 담당한 박찬우 감독님과 사운드 디자이너 김유훈 감독님 두 분을 '샤라웃'(shout out) 하고 싶다"며 "새로운 것을 발견하려는 태도 덕분에 이 정도로 밀도 있는 질감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영화 '지느러미' 속 장면

[시소픽쳐스·에무필름즈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상상력과 특유의 미장센을 보여준 박 감독은 29세라는 젊은 나이에 '한국의 차세대 시네아스트(영화 창작자)'로 평가받는다. 박 감독은 "막상 제 영화가 그 정도는 아니어서 죄송하고 부담스럽다"며 "'부족하지만 노력하는 사람' 정도로 불러주시면 좋겠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박 감독은 실제 부지런히 작품을 선보이는 창작자다. 기관의 지원을 받지 않은 채 뮤직비디오 등 다른 영상 작업을 하며 번 돈과 주변의 도움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그는 '지느러미' 촬영 이후 4년간 6개 작품을 찍었다.


박 감독은 조만간 패션 브랜드, 아이돌과 각각 협업한 단편 영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보베르와 한 번 더 손잡은 장편 '누가 내 십자가를 훔쳐갔는가'는 후반 작업을 하고 있다.


"저는 죽을 때까지 영화를 찍고 싶어요. 제일 두려운 것은 멈추는 거예요. 번아웃(소진)이 오더라도 다음 작업을 하면서 힐링합니다. 그저 다음 작업을 할 때는 더 좋은 환경에서 참여한 사람들이 즐겁게 하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영화 '지느러미' 박세영 감독

[에무필름즈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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