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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항석과 부기몬스터, 정규 4집 발표…"지금이 행복, 뚱뚱해서 좋아요"
"블루스는 춤추게 하는 음악…기쁠 때나 우울할 때나 위로를 주죠"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정규 4집 '휴먼 스크램블'(Human Scramble)을 낸 블루스 밴드 최항석과 부기몬스터의 최항석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7.12
mjk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블루스는 듣는 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음악입니다. 기쁠 때나 우울할 때나 위로를 주죠."
국내 대표 블루스 밴드 '최항석과 부기몬스터'가 지난 3일 세상만사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삶의 희로애락을 담은 정규 4집 '휴먼 스크램블'(Human Scramble)을 들고 돌아왔다.
멤버들은 타이틀곡 '막다른 길'에서 전원이 동시에 연주하는 '원테이크 라이브 레코딩' 방식으로 녹음해 삶의 막막한 순간을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팀을 이끄는 최항석(51)은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막다른 길에 다다라도 뒤를 돌기만 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길이 될 수 있다"며 "세상에서 사람들에게 치이며 구석으로 내몰린 기분이 들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1975년생으로 50대에 접어든 그는 음악 외에 다양한 일을 하면서 겪은 상처와 자신이 범한 실수 등에서 느낀 감정을 진솔하게 노랫말과 멜로디로 그려냈다.
최항석은 "'휴먼 스크램블'은 삶과 인간관계를 담아낸 일기장 같은 앨범"이라며 "우리는 좋은 사람을 만났다가 헤어지고, 또 사람에게 상처받기도 하고, 때로는 고립되기도 한다. 이처럼 사람 그 자체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정규 4집 '휴먼 스크램블'(Human Scramble)을 낸 블루스 밴드 최항석과 부기몬스터의 최항석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7.12
mjkang@yna.co.kr
앨범에는 '막다른 길' 외에도 '사랑의 늪', '사랑가 블루스', '당뇨병', '비건 보이'(VEGAN BOY), 가수 정인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이 노래만 기억하는 얘기', '치즈버거 블루스' 등 10곡이 수록됐다.
그렇지 않아도 복잡하고 머리 아픈 세상사, 아등바등 싸우며 다른 사람을 밟고 올라서려는 시도들은 부질없다는 깨달음은 첫 번째 트랙 '휴먼 스크램블'(Human Scramble)에서 걸쭉하게 뽑아낸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는 외침이 됐다. 이 노랫말은 솔로몬이 썼다는 성경의 '전도서' 구절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최항석과 부기몬스터는 '사랑의 늪'과 '사랑가 블루스'에서는 뉴올리언스에서 받은 음악적 영감을 브라스 사운드를 접목해 한국적 정서로 풀어냈다.
온갖 성인병이 줄줄이 나열되는 '당뇨병'과 긍정적인 에너지가 묻어나는 '치즈버거 블루스'에서는 대표곡 '난 뚱뚱해'에서 보여준 특유의 해학이 잘 드러난다.
"40대 초반에 병원에서 당뇨병 진단을 받고 약을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낙담한 적이 있어요. 그때 '잘 관리하면서 (당뇨를) 평생 가는 친구 삼아 잘 관리하면 된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위로를 받았죠. 전 뚱뚱해서 좋아요. 살면서 한 번도 불편한 적이 없습니다.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이 제게 시비를 거는 일도 없죠. 하하."
최항석은 "사람들은 남들이 만든 기준에 맞춰 자신을 바꾸려는 생각만 하지만, 지금 제 모습에 감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지금이 행복하고 매일 감사하다"며 "'치즈버거 블루스'도 이처럼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원동력으로 삼아 만든 노래"라고 했다.
그는 지난 1996년 공부를 위해 떠난 미국에서 블루스를 접하고 음악의 매력에 푹 빠졌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록밴드 활동을 하던 그에게 자그마한 바에서 훌륭한 기량을 갖춘 연주자들이 신나게 빚어내는 블루스 선율은 신선한 에너지를 선사했다. 30년 넘게 매진한 블루스의 이 매력을 두고 그는 '원초적인 맛'이라고 묘사했다.

[최항석과 부기몬스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항석은 "단지 노래를 엄청나게 잘 부르거나 기타를 화려하게 연주한다고 해서 블루스를 잘한다고 하지 않는다"며 "그처럼 블루스는 (실력만으로 가늠할 수 없는) 특유의 원초적인 매력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블루스는 과거 미국에서 흑인들이 열심히 일을 하다가 짬을 내 오두막에서 춤을 추며 부른 노래"라며 "느린 노래라도 춤을 추게 만들어야 블루스다. 저 역시 이러한 여러 가지 미묘한 요소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항석은 클럽 공연 등을 이어가다 2018년에서야 첫 앨범을 내고 '늦깎이' 정식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그전까지 그는 IT 기업, 자동차 부품 기업, 잡지사 등 여러 기업에서 일했다.
김목경, 엄인호, 사랑과 평화 출신 최이철 등 선배 뮤지션들은 "싱글이니 미니앨범(EP) 대신 풀(Full·정규) 앨범을 내야 자기 스타일을 갖춘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최항석은 현재 국내 대표 블루스 단체인 한국블루스소사이어티의 대표를 맡아 블루스의 매력을 알리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달 군산에서 열린 현지 대표 축제인 '군산 수제맥주 & 블루스 페스티벌'에 출연했고, 지난해까지는 서울국제블루스페스티벌을 개최했다. 그는 올 하반기 신보 발매를 기념한 단독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최항석과 부기몬스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항석은 "국내에서도 기량 있는 블루스 신인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이 친구들이 싱글 몇 개를 내고 주저앉지 않고 정규앨범을 발표해 각자의 음악성을 정립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대중적으로도 히트하는 스타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시작하기 가장 좋은 장르가 블루스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멋지게 할 수 있는 음악"이라며 "유튜브에서 다른 뮤지션의 공연 실황 영상이 다 공개된 시대다. 차근차근 배워 나가며 무대 경험을 쌓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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