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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시스템에 반기 든 그래미 7회 수상 재즈 작곡가…이달 첫 내한공연
"웅장한 빅밴드에 매료…지도자들도 무대 위 재즈 뮤지션처럼 서로 귀 기울이길"

[플러스히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Katharina Poblotzki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음악 프로젝트 자금을 스스로 조달하는 뮤지션들에게 스트리밍은 재정적인 재앙입니다.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음악을 사실상 공짜로 제공하는 거대 플랫폼과 어떻게 경쟁할 수 있겠습니까?"
이달 3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첫 내한 공연을 여는 유명 재즈 작·편곡가 마리아 슈나이더는 그 명성에 비해 온라인에서 음악을 찾기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다.
기존 음악 유통 시스템에 반발해 자신이 설립한 플랫폼 '아티스트셰어'(ArtistShare)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음악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티파이나 유튜브뮤직 같은 '공룡'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는 '맛보기'를 위한 극소수의 음악만 들을 수 있다.
슈나이더는 1일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에 관해 "상위 10% 음악이 전체 스트리밍의 99%를 차지하고, 그만큼의 정산금을 가져간다"며 "반대로 나머지 90%의 음악은 고작 1%의 정산금 파이를 나눠 가지며 아웅다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음악을 스트리밍 플랫폼 한 곳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라면서도 "편리하기는 하지만 (음악의) 양이 많아진다고 해서 항상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슈나이더는 재즈, 클래식, 월드뮤직의 대부분, 많은 팝 음악이 이 99%에 해당해 뮤지션이 녹음 비용을 회수할 가능성이 희박한 현실을 언급하며 '악몽'이라고 표현했다. 자신은 그나마 스트리밍 플랫폼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전에 '아티스트셰어' 등을 통해 팬층을 확보해 뒀지만, 신진 뮤지션들이 그처럼 다른 돌파구를 개척하기엔 쉽지 않다며 안타까워했다.
슈나이더는 "어찌 된 일인지 이같이 왜곡된 구조가 당연한 것처럼 통용되고 있다. 사람들은 음악이 나무에서 저절로 자라고, 뮤지션들은 이슬만 먹고 살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며 "저는 '아티스트셰어'를 통해 음반을 제작함으로써 제대로 작동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당신의 데이터를 채굴하고, 당신을 중독시키고, 필요 없는 물건을 사게 만들고, 이 힘겨운 세상에 아름다움을 가져다주는 사람들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면. 그것을 과연 진정으로 '공짜'라고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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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it Lane
슈나이더의 이 같은 문제의식은 올해 발표한 신보 '아메리칸 크로'(American Crow)와도 맞닿아 있다. 그는 신보를 통해 빅테크 기업들이 제공한 앱과 기기에 중독돼 소통조차 어려워진 현대인을 꼬집었다. 음반의 소재인 미국 까마귀(American Crow)는 우리가 잃어버린 소통과 협동을 상징한다.
그는 "빅테크가 우리 세계를 통제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깊이 우려해 왔다"며 "신보 '아메리칸 크로'는 우리가 이제 의견이 다른 사람과는 대화조차 하지 못하게 된 현실에 대한 비판"이라고 했다.
미국 미네소타 출신인 슈나이더는 전설적인 재즈 거장 길 에번스와 밥 브룩마이어의 어시스턴트로 활동하며 재즈 빅밴드 작곡의 토대를 닦았다.
그는 1992년 자신의 이름을 딴 '마리아 슈나이더 재즈 오케스트라'를 결성하고, 빅밴드에 기반한 독창적인 음악을 선보여왔다. 슈나이더는 음악적 성과를 인정받아 '그래미 어워즈'에서 총 일곱 차례나 수상했다.
슈나이더는 "저는 늘 오케스트라의 색깔을 만들어 내고, 거대하고 웅장하게 휘몰아치는 빅밴드의 사운드를 창조하는 것에 매료돼 왔다"며 "그러나 모든 소리가 잦아들고, 한두 사람만의 정교하고 섬세한 연주만 남는 순간들도 정말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콘서트에서 관객들이 소규모 그룹이 가진 섬세함과 투명함을 느끼는 동시에, 18명의 뮤지션이 뿜어내는 압도적인 힘을 함께 만끽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빅밴드와 내한 무대에 오르는 슈나이더는 좋은 재즈 연주자에게 요구되는 자질로 '경청'을 꼽았다. 연주자가 자신의 테크닉을 과시하는 데만 급급하다면 관객에게 흥미롭게 들릴 수 없다는 것이다.
슈나이더는 "제가 생각하는 위대한 뮤지션이란 관대하고 겸손한 이들"이라며 "공연에 임할 때 모든 정답을 미리 알고 오는 게 아니라, 스스로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어떤 질문을 품고 무대에 서는 사람들"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뮤지션이 자신의 테크닉을 탄탄히 다진 상태에서, 공연 중에 진심으로 동료에게 귀를 기울이고, 반응하며, 음악적 대화를 나눌 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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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신나는 즉흥 연주에서 피어나는 존중과 주고받는 호흡은 이 시대 지도자들이 놓치고 있는 덕목이기도 하다.
슈나이더는 "시간이 갈수록 저는 이러한 가치들이 우리 사회, 특히 미국의 정치에서 심각하게 결여됐다는 점을 깨닫는다"며 "우리의 선출직 지도자들과 대중이 무대 위의 재즈 뮤지션들처럼 서로 귀를 기울이고 협력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희망했다.
이어 "바로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재즈는 그 어느 때보다 지금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음악일지도 모른다"라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슈나이더는 음악을 통해 자신이 상상한 풍경을 세밀하게 그려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작곡에 몰입하면 자신의 내면 깊이 들어간 뒤, 음악이 '영혼과 상상력의 가장 깊은 부분'과 맞닿는 적절한 마음의 상태에 도달하려 노력한다고 했다.
그는 "이를 통해 단순히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니라 제가 느낀 감정의 본질을 그대로 포착해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슈나이더는 이번 첫 내한 공연에서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만들어낸 '행 글라이딩'(Hang Gliding), '초로 당카도'(Choro Dancado), '더 톰슨 필즈'(The Thomson Fields)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이번 서울 방문은 마치 오랜 꿈이 이뤄진 것처럼 느껴집니다. 어쩌면 제 다음 곡은 서울을 방문한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할지도 모르겠네요!"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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