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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은폐하는 검사 역…"인정 욕구·애정 결핍이 만든 괴물"
절친 박해수와 원수 호흡…"배우로서 존경, 같이 늙어가고 싶어"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장진리 기자 = "감독님이 '허수아비'는 범인 잡는 드라마가 아니라 연쇄살인 사건으로 30년간 고통받은 사람들을 생각해 보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의미 있는 드라마를 꼭 멋지게 해내고 싶었습니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BH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이희준은 "실화이고 워낙 무거운 소재라 더 진지했다"며 "뭐 하나 허투루 준비하지 않고, 작품에 해가 되거나 모자라지 않게 준비하려고 다들 애썼다"고 작품에 임한 마음가짐을 되새겼다.
26일 종영한 ENA 드라마 '허수아비'는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다. 진범 이춘재가 밝혀진 후 처음으로 이 사건을 배경으로 만들어져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극 중 이희준은 가상의 마을 강성에서 일어난 연쇄살인 사건의 수사를 주도하는 검사 차시영을 연기했다.
차시영은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라면 무고한 사람도 고문하고, 어린 피해자의 시신도 서슴없이 은닉하는 인물이다.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희준은 차시영이 인정 욕구와 애정 결핍이 만들어낸 괴물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자아가 형성되기 전 어린 시절에 얼마나 상처가 많았으면 저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인정 욕구, 애정 결핍이 과하면 저렇게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안타까움도 주고 싶었다"며 "악역이지만 이렇게 공들인 설정이 있는 캐릭터를 또 만날 수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허수아비'는 학창 시절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인 형사 강태주(박해수 분)와 차시영이 고향인 강성에서 벌어진 연쇄살인 사건을 공조 수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소개됐다.
그러나 드라마는 원수가 손잡고 사건을 파헤치는 흔한 클리셰를 깨고 두 사람이 각자의 신념으로 달려가며 결코 화해할 수 없는 결말을 그렸다.
"보통 드라마는 둘이 힘을 합치는 쪽으로 흘러가잖아요. 둘이 열심히 해내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게 일반적이라 생각해요. 그런데 감독님을 만났더니 그게 아닌 거예요. 강태주와 차시영이 만났다가 어그러지고, 서로 다르게 사건을 받아들이는 이야기가 너무 짜릿했어요. 두 인물이 '잘 지내자' 할 수 없는 게 현실에 더 가깝지 않을까요."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 절친인 박해수, 이희준이 서로의 부모가 불륜으로 얽혀버린 '인생 원수' 강태주와 차시영을 연기한 것도 '허수아비'의 관전 요소였다.
두 사람은 연극배우였던 약 20년 전부터 우정을 쌓아온 사이로, 현재 같은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다.
같은 드라마에 출연한 것은 두 사람이 조연을 맡은 '푸른 바다의 전설'부터 동반 주연을 한 '키마이라', '악연', 허수아비'까지 총 네 작품째다.
이희준은 박해수에 대해 "너무 사랑하는 동생"이라며 애정을 나타냈다. 그는 "박해수와 있으면 즐겁고 행복하다. 배우로서 존경하는 부분도 있다"며 "저는 행여나 대본이 이해가 덜 되거나 빈틈이 있으면 그걸 채우려 하는데, 박해수는 그냥 돌진해서 연기를 하고 보는 스타일이다. 그런 과감함이 제게는 부족하다고 느껴 '박해수의 장점을 닮아야겠다, 빼앗아 와야겠다' 하는데 잘 안된다"고 웃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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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준은 앞서 제작발표회에선 박해수와, 초등학교 친구에서 할리우드 콤비가 된 절친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처럼 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소속사 대표님이 '이 작품 안 되면 둘이 이젠 같이 안 하는 게 좋겠다'고 하셨는데 잘 돼서 좋아하신다"며 "박해수랑 얼마 전에 '앞으로 작품 10개만 같이 더 하자'고 문자를 나눴다. 같이 늙어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허수아비'는 진범 이용우가 검거됐지만, 진실 규명 재판에 선 차시영이 끝내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통쾌한 쾌감 대신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강태주 외에는 누구도 자신의 입지와 생존을 위협하는 진실을 받아들이지 않아요. 씁쓸한 결말이 오히려 감독님이 이 작품을 기획한 방향 같아요. 찍으면서 감독님에게도 선택의 시간이 있었는데, 우직하게 밀고 가신 것 같아 존경스럽습니다."
m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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