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아픈 것도, 낫는 것도 생명의 속성…정주리 감독 '도라'

입력 2026-05-20 18:27:44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칸영화제 감독주간 초청…김도연과 안도 사쿠라 주연




영화 '도라' 포스터

[에피소드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고등학교 3학년 학생 도라(김도연 분)는 원인 불명의 피부 발진을 앓는다.


물집 같기도, 화상 흉터 같기도 한 발진은 손에서 시작해 온몸으로 퍼졌다. 마음의 병이라는 의사의 진단에 온 가족이 요양차 시골집에 내려간다.


그곳에서 만난 이웃 가족 나미(안도 사쿠라)는 깡마르고 어두운 느낌의 도라와는 사뭇 다른 인상의 소유자다.


한국 남자와 결혼한 일본인인 나미는 자유롭고 거침없으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풍긴다.


바다 수영을 배우려고 용을 쓰는 도라의 옆에서, 몸의 힘을 쭉 빼고 햇빛을 받으며 둥실 떠 있는 나미의 모습은 두 사람의 상반된 성향을 짐작하게 한다.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초청작으로 전 세계 관객들을 만난 정주리 감독의 '도라'는 마음의 병을 앓던 도라가 시골에서 점차 치유해가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칸영화제 초청작 '도라' 상영 후 포옹하는 안도 사쿠라와 배우 김도연

[에피소드 컴퍼니 제공. 촬영 Guillaume Lutz. 재판매 및 DB 금지]


'질병과 치유', '바닷가 시골 마을에서 만난 두 여성' 같은 키워드를 생각하면 목가적이고 따뜻한 분위기가 떠오르지만, '도라'는 예상대로 전개되지 않는다.


20세기 초 프로이트의 실패한 치료 케이스로 알려진 '도라 사례'를 모티브로 한 영화인 만큼, 히스테리와 억압된 욕구, 가족 내 갈등이 어지럽게 펼쳐진다.


다만 프로이트 연구의 기본 정보를 차용했을 뿐 도라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도라가 하는 여러 선택은 '도희야'(2014), '다음 소희'(2023) 등을 연출한 정주리 감독의 색깔을 듬뿍 묻혀 재해석했다.


일본 배우 안도 사쿠라가 연기한 나미 캐릭터의 알 수 없는 매력도 몰입을 유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긴장과 불안 속에 사는 도라에게 나미는 "버티지 말고 놓아버리면 떠오른다"며 서툰 한국어로 짧고 굵은 위로를 전한다.


도라는 차갑고 예민한 워커홀릭 엄마에게서 받지 못한 어떤 걸 나미가 줄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을 받는 듯하다.


하지만 이런 관객들의 자연스러운 기대마저 이내 꺾이고 만다. 정주리 감독은 관객들이 도라에게 쉽게 감정 이입하거나, 어떤 판단을 내리지 못하도록 계속해서 예상치 못한 상황과 대사들을 던진다.


이 때문에 관객들은 도라를 '환자' 혹은 '여고생' 같은 한 단면으로 보지 않고, 입체적인 한 인간으로 보게 된다.


배우 김도연은 서툴고 약해 보이기도, 과감하고 뜨악하기도 한 생생한 감정 표현으로 도라 역을 착실하게 소화했다. 병세가 짙었던 도라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스스로 치유해가는 과정은 날뛰는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영화 '도라'로 칸영화제 찾은 배우 김도연

[에피소드 컴퍼니 제공. 촬영 Susy Lagrange. 재판매 및 DB 금지]


one@yna.co.kr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5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연합뉴스 콘텐츠 더보기

해당 콘텐츠 제공사로 이동합니다.

많이 본 최근 기사

관심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