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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 앳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 (후략)
박두진 시인의 '해'는 1946년 자신의 첫 시집 『해』의 표제시였다. 광복 이후 혼란기 속에서 평화를 염원했다는 내용 분석이 보이지만 그런 해설일랑 참고만 하자.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어둠을 살라먹고 어둠을 살라먹고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하는 반복이 심장을 뛰게 한다. 이글 앳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학창 시절 읽은 시집이나 국어 교과서에 실렸기 때문일까? 몇몇 구절이 친숙하게 다가온다.

표준국어대사전 캡처
대학 그룹사운드(그땐 그렇게 불렀다) '마그마'의 노래 '해야'가 이 시를 가사로 바꾸어 쓴 것이 1980년이다. 시집도 교과서도 아니었다. 이 노래였다. 그해 MBC 대학가요제에서 은상을 차지한 노래는 큰 인기를 누렸다. 강렬한 하드록 사운드에 맞춘 보컬 조하문의 절창에서 '앳뙨'은 '애띤'이 되었다. "어둠 속에 묻혀 있는 고운 해야. 아침을 기다리는 애띤 얼굴. 어둠이 걷히고 햇볕이 번지면 깃을 치리라. 마알간 해야 네가 웃음지면 홀로라도 나는 좋아라. 어둠 속에 묻혀 있는 고운 해야. 아침을 기다리는 애띤 얼굴. 해야 떠라 해야 떠라 말갛게 해야 솟아라. 고운 해야 모든 어둠 먹고 애띤 얼굴 솟아라."

표준국어대사전 캡처
지금의 표기 규범으로 보아 '앳뙨', '애띤'은 말맛을 돋우는 일종의 문학적 허용이다. 기본형 '앳되다'를 그렇게 활용했기 때문이다. 시에 쓰인 '이글 앳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는 '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이고 노래에 쓰인 '애띤 얼굴' 또한 '앳된 얼굴'이다. 규범에 맞게 표기한다면 말이다. 사람이나 그 생김새, 목소리 따위가 나이에 비해 어려 보이는 느낌이 있을 때 "앳되다"고 한다. 발음은 '앧뙤다'이다. 시와 노래가 각각 앳뙨, 애띤 이라 하여 둘째 음절 초성을 된소리(ㄸ)로 쓴 이유를 알 것 같다. 비슷한 예가 있다. 무엇이 일정한 기준이나 정도에 넘거나 처져서 어느 쪽에도 알맞지 않다고 할 때 쓰는 '어중(於中)되다'이다. 이 말도 '어중띠다'로 소리 내고 쓰기조차 그렇게 쓰는 경우를 본다. 소리는 '어중뙤다'로 내지만 쓰기는 '어중되다'로 쓰라는 게 국어책의 가르침이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이길호, 『자전거 타고 문학관 기행 박두진 문학관』, 유페이퍼, 2022 (경기도서관 전자책), 박두진의 시 '해' 전문
2. 진정, 『쉬워요 맞춤법!』, 마리북스, 2024, p. 254. '어중되다'
3. 표준국어대사전
4. 고려대한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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