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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기획사 '빅4' 줄줄이 재계약…'중소돌'은 해체 이어져
자본·인프라 격차에 생존 갈려…"7년 아닌 2∼3년이 분기점"

[빅히트 뮤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선우 기자 = 아이돌 그룹의 수명을 가늠하게 하던 '마의 7년' 공식이 점점 옛말이 돼 가고 있다.
탄탄한 자본력을 갖춘 대형 기획사들은 재계약을 넘어 재재계약을 통해 장수 그룹을 배출하는 반면, 중소 기획사 아이돌 그룹은 전속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조기 해체하는 사례까지 나오며 양극화가 뚜렷해진 모습이다.
◇ '7년 벽' 넘어 장수 그룹으로…대형 기획사 "팀 유지가 유리"
과거 아이돌 그룹은 통상적인 전속계약 기간인 7년을 기점으로 팀이 해체하거나 멤버 이탈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마의 7년'이나 '7년 차 징크스'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른바 '빅4'(하이브·SM·JYP·YG) 등 대형 기획사를 중심으로 아이돌의 수명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그룹 단위 재계약뿐 아니라 멤버별 계약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장기 활동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표적으로 하이브 소속인 빅히트 뮤직의 방탄소년단(BTS)과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의 세븐틴은 전원 재재계약을 체결하며 팀 활동의 연속성을 확보했다. JYP엔터테인먼트의 트와이스와 스트레이 키즈는 전원 재계약 이후 대규모 글로벌 투어를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블랙핑크처럼 그룹 활동은 기존 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에서, 개인 활동은 각자의 기획사에서 진행하는 '따로 또 같이' 전략도 자리 잡았다. 슈퍼주니어 역시 은혁, 동해, 규현은 그룹 활동만 기존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했다.
이외에도 지난 1년간 동방신기,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있지 등도 재계약에 성공했고 트레저는 조기 재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대형 기획사들은 대부분 핵심 IP(지식재산권)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글로벌 팬덤을 확보한 그룹은 이미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며 "월드투어 등 수익을 고려해서라도 그룹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밝혔다.
하이브 이재상 CEO는 최근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소속 아티스트들의 재계약을 두고 "이는 당사와 아티스트 간의 신뢰관계를 보여준다. 과거에 비해 훨씬 더 긴 기간에 걸쳐 함께 성장하는 모습"이라며 "4∼7년에 불과했던 아이돌 활동 사이클에 하이브의 역량과 인프라가 더해져 근본적으로 확장된 구조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C9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7년 채우기도 힘들어"…중소 기획사 아이돌의 생존 위기
반면 대형 기획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본과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 기획사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재계약에 성공한 에이티즈처럼 '중소의 기적'이 있는가 하면,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팀을 재편하거나 조기 해체를 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30일 CIX가 해체 소식을 전했다. 이들은 지난해 컴백 인터뷰 당시 "CIX라는 이름으로 더 오랫동안 팬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지만 결국 각자의 길을 걷게 됐다. C9엔터테인먼트는 "팀의 운영을 멈추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모두가 동의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멤버 승훈은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고, 용희는 오는 11일 입대한다.
가수 임창정이 프로듀싱한 걸그룹으로 주목받았던 미미로즈도 데뷔 4년 만에 최근 조기 해체했다. 팀을 지키기 위해 2024년 신생 기획사로 이적하고 7인조로 재편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끝내 해체를 택했다.
이밖에도 2024년 체리블렛, 네이처, 위키미키, 시그니처 등이 연이어 해체했다. 가요계에서 '뉴아르'(뉴진스·아이브·르세라핌)라는 명칭이 생길 만큼 걸그룹의 활동이 두드러진 한 해였지만, 한편에선 해체가 이어진 것이다.
한 중소 기획사 관계자는 "중소 기획사의 경우 데뷔 이후 1∼2년 내 성과를 내지 못하면 추가 투자나 활동 지속이 어려운 구조"라며 "이들에겐 사실상 7년이 아니라 2∼3년이 생존 분기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빅히트 뮤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자본력·인프라 격차 결정적…"대표 개인 자산 투입도"
아이돌 그룹의 경우 데뷔 전 트레이닝 비용뿐 아니라 데뷔 후 숙소비, 식대, 자체 콘텐츠 제작, 마케팅, 해외 활동 등 그룹을 유지하기 위한 고정 비용이나 제작비가 증가하면서 기획사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콘텐츠 제작비와 마케팅비가 과거보다 몇 배는 뛰었다"며 "중소 기획사의 경우에는 대표의 개인 자산으로 팀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이마저도 한계에 봉착하면 계약 해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상 아이돌 그룹이 자리를 잡기까지 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버틸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며 "특히 해외 투어와 팬덤 구축까지 이어지려면 장기간의 투자와 기획이 필요하다. 중장기 청사진을 안정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기획사는 손에 꼽는 수준"이라고 짚었다.
양극화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수익 구조의 다변화 실패가 꼽힌다.
아이돌 그룹의 성적이 기대만큼 채워지지 않더라도 대형 기획사에서는 다른 아티스트의 활동이나 부가적인 수익 사업으로 보완이 가능한 구조다.
그러나 중소 기획사의 경우에는 해당 아이돌 그룹에 주력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한 팀이 흔들리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 또한 몇 년이 지나고도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신인 아이돌 그룹을 데뷔시키기 위해서라도 결단이 필요해진다.
전문가들은 K팝 시장이 커질수록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아이돌 시장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점점 더 두드러지는 듯하다"며 "대형 기획사들은 플랫폼부터 마케팅 능력, 자본력 등이 탄탄하다. K팝 세계화로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네트워크를 쌓아놨다. 반면 중소 기획사는 아이돌 그룹 데뷔 때부터 존재감을 드러내기 점점 더 힘들어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sun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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