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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누아르' 하야카와 감독 "부모 나약함 깨달을 때 아이는 성장"

입력 2026-04-24 19: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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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투병 겪는 11살 소녀 이야기…작년 칸영화제 경쟁 초청작


"말로 설명 못 하는 작품 만들려 해…차기작은 타인 이해에 관한 영화"




영화 '르누아르'의 하야카와 치에 감독

[오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암에 걸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아빠 케이지(릴리 프랭키 분)는 효험이 있다는 약을 소개받고 거액을 쏟아부으려 한다. 하지만 엄마 우타코(이시다 히카리)는 약을 설명하는 종이를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린다. 우타코가 준비하는 것은 11살 딸 후키(스즈키 유이)의 상복이다.


회사로부터 불안정하다고 평가받고 교육 센터에 가게 된 우타코는 그곳에서 강사 토루(나카지마 아유무)를 만난다. 그를 사랑이라 느끼며 바람을 피우는 우타코. 하지만 그를 찾아온 토루의 아내는 남편이 바람둥이라고 말한다.


딸 후키는 이 모든 것을 지켜보며 어떤 마음이 들까. 크지 않은 표정의 변화에서 그의 내면을 알기가 쉽지는 않다.


"어렸을 때 아이는 부모가 완벽한 존재라고 생각하며 커가지만, 곧 부모가 완벽한 어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돼요. 그때 아이는 어른에 한발 더 나아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영화 '르누아르'의 각본을 쓰고 연출한 하야카와 치에 감독은 24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른들 세계를 접하며 성장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르누아르'는 11살 소녀 후키의 여름방학을 그린 작품이다. 후키를 따라가며 그의 여정과 주변 어른들까지 담은 영화는 지난해 열린 제78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영화 '르누아르' 속 장면

[오드·메가박스중앙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아이의 시선에서 관찰된 어른들은 서로 다른 꿈을 꾼다. 살기 위해 애쓰는 아빠 케이지와 그의 죽음을 준비하는 엄마 우타코가 대표적이다.


하야카와 감독은 "후키의 가족은 한 지붕 아래 살면서도 각자 다른 방향을 보고 있다. 가족 이외의 것에서 구원받고자 한 사람들"이라며 "후키는 엄마의 불륜에 슬픔과 분노를 느끼기보다는 냉정하게 바라본다. 그런 아이를 그려보고 싶었다"고 했다.


구원을 찾는 건 후키도 마찬가지다. 소통을 원하는 후키는 말의 소리를 흉내 내며 동물과 교감을 시도한다. 심지어는 '폰팅'을 해보기까지 한다.


그렇게 위태로워 보이는 길을 건넌 끝에 후키는 결말에 이르러 조금은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야카와 감독은 "후키는 경험을 통해 타인에 공감하는 능력과 타인의 슬픔을 제대로 이해하는 방법을 배운 듯하다"고 했다.




영화 '르누아르' 속 장면

[오드·메가박스중앙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영화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투병을 옆에서 지켜본 하야카와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담겨 있다. 죽음을 간접적으로 바라본 경험은 그의 장편 데뷔작 '플랜 75'(2022)에도 녹아 있다. '플랜 75'는 정부가 청년층 부담을 줄이기 위해 75세 이상 국민의 죽음을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한다는 가상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하야카와 감독은 "병원에 자주 드나들면서 죽어가는 사람들, 의료 종사자들을 많이 접하다 보니 죽음과 관련한 특별한 감수성이 생긴 듯하다"며 "드라마에서는 가족의 응원 속에 죽는 장면이 그려지지만, 쓸쓸하게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 사람이 많다. 어린 시절 그런 걸 보고 마음에 남았다"고 했다.


다만 '르누아르'는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 하나의 매끈한 서사로 꿰기 어렵다는 점에서, 전작과 차별화되는 지점도 있다.


하야카와 감독은 "'플랜 75'는 영화 주제가 무엇인지 말로 설명할 수 있었다. 그 점이 영화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이번에는 말로 설명하지 못하는 영화를 만들려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르누아르' 속 장면

[오드·메가박스중앙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주로 나온다는 점도 하야카와 작품의 특징이다. 하야카와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외로움을 스스로 느꼈다. 고독함을 사랑하는 면도 있는 거 같다"며 "외로운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하야카와 감독은 차기작도 그런 점을 잇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플랜 75'로 2022년 제75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황금카메라상 특별 언급'에 오른 데 이어 두 번째 작품인 '르누아르'로 다시 한번 칸 레드카펫을 밟으면서, 일본 영화계의 주목받는 감독으로 떠올랐다.


"차기작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지만, '르누아르'와 일맥상통하는, '타인의 아픔을 과연 이해할 수 있는가?'가 테마인 작품이 될 거예요."




영화 '르누아르'의 하야카와 치에 감독과 배우 스즈키 유이

[오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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