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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말저런글] 잘 정의하는 일이 글에 정의로운 길

입력 2026-04-16 05: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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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 프로필 보도에 한숨짓던 때가 있었다. 여전한 면이 있기에 탄식은 가시지 않는다. 두주불사(斗酒不辭)이며 장악력이 있다고? 원만한 성품이라고? 합리적 성격이라고?, 이게 시민들에게 보탬이 될 필수 정보인가. 그들을 옳게 정의(定義)하는 것이긴 하고? 적어도 프로필이라면 세계관, 가치관까지를 알려주진 못한다 해도 어느 자리에 있을 때 당대 핵심 사건과 쟁점 정책·법·제도와 관련하여 어떤 선택, 판단, 결정을 했는지, 더 들어가 주요 역사와 사회 현안에 대해 어떤 식견과 정견을 가졌는지를 보여줘야 마땅하다.




제주 4.3 사건 소재 영화 '내 이름은'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2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내 이름은' 시사회ㆍ기자간담회에서 감독과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지빈, 정지영 감독, 염혜란, 신우빈, 최준우. 2026.4.2 mjkang@yna.co.kr



'어떤 말이나 사물의 뜻을 명백히 밝혀 규정함. 또는 그 뜻'으로 풀이되는 정의. 이 낱말이 어찌 사람에 대해서만 중요할까. 이런저런 사건에 대해서도 곁가지만 건드리거나 본질에는 아예 접근조차 못(안) 하는 경우를 흔하게 본다. 언론 보도를 포함한 여러 글 일반에서 말이다. 정의만 잘해도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글 분량이 짧을수록 정의의 역할은 크고 힘이 세다.


제주4·3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제작한 정지영 감독의 새 영화 「내 이름은」이 관객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4·3은 지난한 과정을 거쳐 정의가 도출된 현대사 대표 사례다.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는 정의한다.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 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경찰·서북청년단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단선(단독선거)·단정(단독정부)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 봉기한 이래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 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 충돌과 토벌대의 진압 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 보고서 536쪽에 있는 이 내용이 길게 느껴진다면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 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그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제2조),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남로당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 충돌과 토벌대의 진압 과정에서 다수의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과 같은 정의도 쓸 만하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제주4·3희생자추념식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8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참석자들이 분향·헌화하고 있다. 2026.4.3 jihopark@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 2003)


2.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제주4·3사건 -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5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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