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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덕규·함춘호' 전설적 포크 듀오…11일 연세대서 26년 만의 콘서트
"이 시대에 들을 신곡 내고 싶어, 추억팔이 하지 말자 했죠"
명곡 만든 하덕규 "'가시나무'는 삶을 깊이 뉘우치는 노래"
최정상 기타리스트 함춘호 "포크는 복잡한 세상사 뱉는 음악"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오는 11일 데뷔 45주년 기념 콘서트를 앞둔 시인과 촌장 하덕규(오른쪽)와 함춘호가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프롬스튜디오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6.4.9
dwise@yna.co.kr
(끝)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오랫동안 시인과 촌장이라는 배가 쉬고 있었는데, 이제는 물을 만나 다시 항해를 시작합니다. 그 배에 모두 함께 올라타 주셨으면 해요."(함춘호)
가요계의 전설적인 포크 듀오 시인과 촌장이 오랜 침묵을 깨고 오는 11일 서울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데뷔 45주년 기념 콘서트로 돌아온다.
하덕규(68)와 함춘호(65) 두 멤버가 시인과 촌장으로 단독 공연을 여는 것은 지난 2000년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4집 발매 기념 음악회 이후 26년 만이다.
지난 6일 서울 마포구의 한 연습실에서 공연 준비에 한창인 시인과 촌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팀의 보컬이자 작사·작곡을 맡은 하덕규는 "우리가 예전에 입은 젊음이란 옷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며 "그 찬란한 옷을 입던 때를 기념하고, 그 시절을 함께 보낸 사람들을 다시 만난다는 기쁨이 무척 크다. 우리의 이야기를 다시 나누고자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인과 촌장은 1981년 1집으로 데뷔해 2000년 4집까지 총 4장의 앨범을 통해 '가시나무', '사랑일기', '풍경', '푸른 돛' 등 숱한 포크 명곡을 남겼다. 2집 때 합류한 국내 최정상 기타리스트 함춘호의 손끝에서 나온 맑은 선율과 서정적 멜로디는 시적인 가사와 맞물려 40여년간 큰 사랑을 받았다.
영혼의 순수를 갈망하는 듯한 구도적 가사는 세월의 흐름에도 힘을 잃지 않았고, 이들의 노래는 후배 가수들을 통해 여러 차례 리메이크됐다.
하덕규는 "우리 노래에는 근원적인 무언가를 좇는 일종의 센서 같은 게 있지 않나 한다"며 "맑고 회귀 본능을 자아내는 노랫말에 서정성이 어우러지면서 사람들이 우리 노래를 통해 편안한 휴식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긋나긋한 그의 말투와 티 없이 환한 미소에는 시인과 촌장 노랫말 특유의 맑고 깨끗한 기운이 배어 나오는 듯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오는 11일 데뷔 45주년 기념 콘서트를 앞둔 시인과 촌장 하덕규(오른쪽)와 함춘호가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프롬스튜디오에서 합주를 준비하고 있다. 2026.4.9
d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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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덕규는 "함춘호와 저는 둘 다 강원도 고성의 바닷가 시골 마을에서 자랐다"며 "그래서인지 우리의 정서적 뿌리는 자연이고, 우리 음악은 자연을 닮아 서정적이다. 저는 특히 자연을 소재로 노래를 많이 만들었다"고 떠올렸다.
'우린 너무 숨차게 살아왔어 / 친구 다시 꿈을 꿔야 할까 봐'(푸른 돛)라는 가사나,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풍경) 같은 노랫말은 1980년대에 머무르지 않고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이나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때에도 대중을 위로했다.
함춘호는 "시인과 촌장의 음악은 화려하지 않지만, 유행을 타지 않고 자꾸 읊고 싶게 하는 힘이 있다"며 "글을 음악에 실어 풀어내는 듯한 느낌이 있다"고 설명했다.
"노래의 완성도는 제가 상상하는 세계를 얼마나 잘 구현해내는지에 달렸다고 생각해요. 문학의 '핍진성'(逼眞性·독자가 신뢰할 만한 개연성)이란 말처럼, 저는 동화 같은 노래를 쓰더라도 사실감 있게 느껴지도록 디테일을 다듬어 가는 편이죠. 그렇지 않으면 가사가 마음에 와닿지 않거든요."(하덕규)
감동을 안기는 노랫말의 비결로 핍진성을 꼽은 하덕규는 "포크 음악은 우리에게 이야기를 던지고 울림을 주는 자연과도 닮았다"며 "저는 삶의 어느 지점에서 받은 영감을 토대로 지극히 개인적인 성찰의 이야기를 조용히 읊조렸는데, 이게 공감을 얻었다. 포크란 바로 그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음악 세계에서 성찰의 메시지가 깃든 대표곡으로 '가시나무'를 빼놓을 수 없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로 시작하는 가사를 곱씹으면 '가시나무 숲' 같이 헝클어진 마음을 가다듬게 된다.
하덕규는 "'가시나무'는 제가 그동안 살아온 삶을 깊이 뉘우치는 노래로, 여기에서 '당신'은 저를 제외한 모든 타자를 이야기한 것"이라며 "제 안에 있는 자기 중심성이 죄성(罪性)의 뿌리인데, 그것을 발견한 날을 묘사한 것이다. 제 안의 풍경을 은유적인 언어로 스케치한 곡"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오는 11일 데뷔 45주년 기념 콘서트를 앞둔 시인과 촌장 하덕규(오른쪽)와 함춘호가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프롬스튜디오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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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춘호는 "시대를 불문하고 복잡하고 어려운 세상사를 자기만의 이야기로 뱉어내고 싶은 순간이 있다. 이를 음악으로 표현한 게 포크"라며 "월남전 때는 반전(反戰), 1970∼80년대에는 유신·독재 철폐를 이야기했다면 그러한 문제가 없는 요즘은 자신 안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시인과 촌장은 2000년 4집을 마지막으로 사반세기 넘는 기간 활동을 멈췄다.
하덕규는 1980년대 중반 이후 기독교에 귀의해 CCM(현대 기독교 음악) 등 교회 음악을 주로 선보였고, 2000년대부터는 백석예술대학교 교회실용음악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2010년에는 목사 안수도 받았다.
그러다 지난해 KBS '전국투어 콘서트'라는 프로그램의 PD가 보낸 장문의 문자 메시지에 하덕규의 마음이 움직였다. '관객이 있기에 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무대에서 노래해도 되겠다'는 결심이 섰다.
두 사람은 지난해 9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시인과 촌장으로는 오랜만에 무대에 올랐고, 이번 콘서트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하덕규는 다시 대중 앞으로 나오기로 마음을 먹고서 함춘호에게 "추억팔이는 하지 말자. 신곡을 만들어 시인과 촌장이 새롭게 움직이는 것으로 하자"고 말했다.
하덕규는 "음반을 이십몇년 동안 내지 않았으니, 그동안 써둔 곡들이 있다"면서도 "이 시대에 들을 만한 음악인지가 문제인데, 그런 곡을 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와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함춘호는 수천 장이 넘는 음반에 기타 연주자로 참여한 국내 최고의 기타리스트로 꼽힌다. 1990년대에는 그가 해외에 나가면 음반 업계가 비상이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예원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하며 기타를 배운 그는 고등학생 때 스쿨 밴드를 하며 음악의 꿈을 키웠다. 1979년 전인권을 만나 이듬해 그와 듀엣을 결성해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다 1986년 시인과 촌장 2집 때 합류했다.
함춘호는 "사실 노래를 잘하고 싶어서 기타를 배운 것"이라며 "성악을 공부했기에 노래의 결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고, 덩달아 노래하는 가수도 잘 이해하게 됐다. '이렇게 연주하면 이 가수가 힘들어하겠구나'라는 생각에 제가 먼저 기타 연주 스타일을 제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마음을 움직이는 함춘호의 섬세한 연주를 전적으로 신뢰한 하덕규는 2집 수록곡 '얼음 무지개'를 작업하면서 기타 연주가 필요한 부분에 '함춘호 겨울'이라고만 써 놓기도 했다. 이를 본 함춘호는 자신만의 해석으로 겨울 느낌을 살려 연주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오는 11일 데뷔 45주년 기념 콘서트를 앞둔 시인과 촌장 하덕규(오른쪽)와 함춘호가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프롬스튜디오에서 합주를 준비하고 있다. 202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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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덕규는 "함춘호의 기타가 시인과 촌장의 음악적 컬러를 만드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며 "그의 연주가 우리의 사운드를 결정했다. 서정적인 어쿠스틱 기타리스트로는 대한민국에 그만한 인물이 없다"고 치켜세웠다.
시인과 촌장은 이번 복귀 콘서트에서 명반으로 손꼽히는 2집과 3집 노래를 부를 예정이다.
함춘호는 "각자의 길을 걷던 저희 둘이 다시 만났다"며 "오랜만에 우리를 볼 수 있어 너무 좋다는 지인들의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시인과 촌장을 좋아하던 어느 팬이 하늘나라로 먼저 갔는데, 그 배우자가 고인을 추억하며 이번 공연 티켓을 구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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