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최근 KBS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의 인기가 높다.
드라마를 통해 잊고 지냈던 고려와 이를 지키려 했던 조상들의 헌신을 다시 한번 느낀다는 시청자가 많다.
그런데 우리가 그토록 처절하게 싸웠던 거란은 어디로 갔을까.
오늘날 그 흔적이나마 찾아볼 수 있는 것이 홍콩을 거점으로 한 캐세이퍼시픽항공의 이름이다.
캐세이가 거란(契丹)에서 따온 말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마르코폴로는 동방견문록에서 북중국을 카타이(Cathai)로 불렀다.
마르코 폴로는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기반으로 한 무역상의 아들로 태어났다.
25년간 아시아 각국을 다니며 여행했던 그는 경험담을 되살려 이 책을 썼다.
그는 동방견문록에서 북중국을 카타이(Cathai)로 불렀다.
한때 중국을 지배했던 거란은 오랫동안 키타이(Khitai)나 키탄(Khitan), 카타이(Cathai) 등으로 불렸고 이 명칭들은 서양에서 중국을 의미했다.
마르코 폴로가 활동했던 당시에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개념이 없었다고 한다.
마르코 폴로는 남중국을 '만지'(Manzi)라고 표기했다.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는 비단을 생산하는 지역을 '세레스'(Seres)라고 부르기도 했다.
실제 중국을 뜻하는 영어 명칭 '차이나'(China)가 통용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차이나라는 명칭이 쓰이기 시작한 것은 명나라가 통일한 뒤부터다.
차이나라는 이름은 최초의 통일왕조인 진(秦·Chin)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러나 한참 뒤까지도 유럽에서는 키타이, 카타이 등의 이름을 써 왔다.
거란족은 중국 북부를 정복하고 요(遼·916~1125)를 세운 민족이다.
거란은 1125년 금나라의 위세에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로 밀려났고 쇠락했다.
1946년 미국인 로이 파렐과 호주인 시드니 칸쵸는 홍콩에서 '벳시'(Betsy)라는 별명을 가진 더글라스 DC-3 항공기 한 대로 항공사를 창립했다.
이 항공사는 중국을 의미하는 명칭으로 차이나가 아닌 '카타이'에 어원을 둔 캐세이라는 단어를 선택했고, 프리미엄 항공사로 자리 잡았다.
재미있는 것은 캐세이의 마일리지 프로그램 이름이 마르코폴로다.
캐세이퍼시픽의 마일리지는 우리에게 익숙한 스카이팀 또는 스타얼라이언스가 아니라 아시아 마일즈다.
캐세이퍼시픽항공 관계자는 "최근 드라마 덕분에 캐세이퍼시픽이 주목받는 게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거란족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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