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지상파 드라마 주연 꿰찬 채종협, 한국어 대사로 한국식 '플러팅'
황찬성도 일본 드라마 캐스팅…사카구치 겐타로·쉬광한은 한국으로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최근 인스타그램 구독자 수 200만명을 돌파한 한국 배우 채종협의 게시글에는 한국어보다 일본어 댓글이 많다.
"귀엽다", "멋지다", "사랑한다"는 말부터 "일본 드라마에 출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채종협이 연기한) 태오군 때문에 화요일이 기대돼요", "일본어 대사를 유창하게 해줘서 감동했습니다" 등 애정 어린 댓글까지 줄을 잇는다.
듬직한 덩치에 순하고 귀여운 인상, 훅훅 들어오는 적극적인 애정 공세. 대형견 같은 'K-연하남'의 판타지를 몽땅 담아낸 한국인 유학생 윤태오(채종협 분)가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국 배우가 일본에서 인기몰이하는 것은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지만, 채종협이 주연하는 드라마 '아이 러브 유'(Eye Love You)는 일본에서 제작돼 방송되는 일본 드라마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지난달 23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일본 TBS 드라마 '아이 러브 유'는 이례적으로 일본 지상파 방송 황금시간대 드라마에 한국 배우를 주연으로 발탁했다.
채종협이 연기하는 한국인 유학생 윤태오는 일본 대학에서 멸종위기 동물을 연구하며 한국 음식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캐릭터다. 한식을 즐겨 먹는 이웃 모토미야 유리(니카이도 후미)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다.
일본어가 서투르고, 일본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윤태오는 여느 일본 남자들과 다르다. 아직 서로 친하지 않은 사이인데도 다짜고짜 유리의 성이 아닌 이름을 묻고, 한국식으로 그를 이름으로 부르면서 졸졸 쫓아다닌다.
표현 방법도 훨씬 직설적이다. 유리에게 "키레이(예쁘다)", "스키데스(좋아한다)"라며 거침없이 표현하고, 아직 서툰 일본어로 "빨리 나를 좋아해"라며 적극적으로 마음을 전한다.
드라마는 양국의 문화적 차이를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술자리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자"라거나, 선물을 건네며 "오다 주웠다"고 말하는 태오의 한국적인 표현들, 그리고 '한국식 약속 방법'대로 태오가 유리의 손에 새끼손가락을 걸고 엄지를 맞대 도장을 찍는 장면 등은 일본인 시청자들 사이에서 신선한 설렘 포인트로 꼽힌다.
남자 주인공이 한국인인 만큼 한국 관련 소재도 많다. 비빔밥, 부침개, 라볶이 등 한국 음식에 푹 빠진 유리는 한국 식당에서 자주 밥을 먹고, 채종협은 극 중 꽤 많은 대사를 한국어로 한다.
한국어 대사는 대부분 일본어 자막도 없이 방송되는데, 오히려 궁금증을 자극해 재미를 더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유리는 상대방의 눈을 보면 텔레파시로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는데, 태오의 속마음은 한국어로 들리기 때문에 유리는 알아듣지 못한다. 시청자들 역시 자막 없이 태오의 속마음을 듣게 되기 때문에 유리와 같은 입장에서 태오의 속마음을 유추하게 된다.
한국인 배우를 내세워 문화적 차이로 신선함을 꾀한 이 드라마는 현지에서 인기가 뜨겁다. 일본 넷플릭스에서 1회가 공개되자마자 단숨에 시리즈 부문 1위에 올라 3주 연속 톱 10 내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고, 국내에서도 지난 15일 기준으로 시리즈 부문 5위를 기록하는 등 선전하고 있다.
과거에도 배우 김태희(나와 스타의 99일·2011), 심은경(군청영역·2021) 등이 일본 드라마에 출연한 적 있지만, K-콘텐츠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면서 드라마의 국경은 더욱 허물어지는 추세다.
그룹 2PM의 황찬성도 최근 일본 후지TV-TWO와 히카리TV가 공동 제작하는 드라마 '순다방인연'(純喫茶イニョン·준킷사인연)의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상가 변두리에 있는 복고풍 다방을 배경으로 한국인 사장과 다방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드라마로, 황찬성은 다방을 운영하는 한국인 시우를 연기한다.
외국 인기 배우들이 한국 안방극장으로 건너오는 사례도 잦아졌다.
일본 인기 배우 사카구치 겐타로는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사랑 후에 오는 것들'에 출연해 배우 이세영과 호흡을 맞춘다. 일본 유학 중이던 홍(이세영)이 준고(사카구치)를 만나 애절한 사랑과 이별을 겪은 지 5년 만에 한국에서 재회하면서 펼쳐지는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다.
대만 출신 톱스타 쉬광한(허광한)도 STUDIO X+U 드라마 '노 웨이 아웃'으로 한국 드라마에 도전한다. 그는 '죽이려는 자'와 '살아남으려는 자' 사이에서 펼쳐지는 대결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에서 사건을 의뢰받고 한국에 오게 된 킬러 미스터 스마일 역을 맡는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K-콘텐츠의 세계적인 인기와 더불어 OTT(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들의 영향으로 인해 배우들이 전보다 훨씬 활발하게 국경을 넘나들면서 활동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해외 배우들은 대중에게 신선한 매력을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확실한 이점이 있다"며 "제작사 입장에서도 보다 넓은 시청자층을 타깃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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