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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봅시다] ① 초대형 선거 현수막 난립…폐현수막 5천t 예상

입력 2026-05-25 06: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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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이름·얼굴 알리려 크기 경쟁…'관리 사각지대' 머물러


창문 가린 대형현수막, 화재·강풍에 취약…안전사고·시야차단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내건 초대형 현수막

[촬영 황재하 김동규]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황재하 기자 = 6·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시작 이후 도심 주요 길목에 건물을 뒤덮는 초대형 현수막이 속속 내걸리면서 안전사고와 도시 미관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선·총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지는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이름과 얼굴을 알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대형 현수막을 제작했다.


이러한 현수막은 화재에 취약하고 강풍에 의한 안전사고 우려도 크다.


정부가 선거 현수막 관리 지침을 마련하고 점검에 나섰지만, 정작 문제가 되는 외벽 현수막의 경우 크기나 개수 제한이 없고, 자율책임 관리 대상으로 분류돼 실효성 있는 관리에 한계가 있다.


◇ "후보 얼굴 알리자"…전국 초대형 현수막 '몸살'


25일 각 정당 후보 캠프와 행정안전부·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사무소와 선거연락소에 간판·현판·현수막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규격과 수량에 대해서는 별도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자신의 이름과 얼굴, 정당 등을 표기한 초대형 현수막을 시민들이 많이 오가는 도심 주요 길목에 설치하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서울에서는 시장에 도전하는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 캠프 사무실이 있는 중구 태평빌딩에 건물 전면 10여개 층을 덮는 초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캠프를 차린 종각역 앞 종로구 대왕빌딩 벽면에도 상부 6∼7개 층 옆면을 모두 덮는 초대형 현수막이 펼쳐졌다.


지방에서도 현수막 경쟁이 한창이다.


충북 청주에 4층 상가 전면을 뒤덮는 길이 9m짜리 현수막이 내걸렸고, 울산에서는 7층 건물 높이의 대형 현수막과 건물 4개 면을 둘러싼 현수막이 등장하는 등 유동 인구가 많은 도심 건물에 초대형 현수막이 잇따라 걸렸다.


문제는 현수막이 커질수록 안전 우려도 함께 커진다는 점이다.




강풍에 휘어진 선거 현수막 구조물

(원주=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지난 8일 오후 강원 원주시 원주의료원 사거리에서 한 원주시장 예비후보의 대형 현수막이 걸린 가설 파이프 구조물 일부가 강풍에 휘어져 있다. 2026.5.8 conanys@yna.co.kr


지난달 경기 포천에서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11세 초등학생이 현수막 고정 줄에 목이 걸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강원 원주에서는 대형 현수막이 걸린 가설 파이프 구조물이 강풍에 크게 휘어지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건물 창문을 밀착해 덮는 현수막은 화재 때 연기 배출이나 구조 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부 현수막은 건물 외부에서 내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야를 가리고, 입주 업체 간판을 가려 상인들의 불만도 사고 있다.


◇ 관련 규정 삭제로 '관리 사각지대'…"제도정비 필요"


과거에는 선거 현수막 관련 규정이 있었다.


공직선거관리규칙 제27조는 선거사무소 현수막의 크기를 대통령·시도지사 선거 등은 40㎡ 이내, 기초단체장·지방의원 선거 등은 20㎡ 이내로 제한했다.


그러나 지난 2005년 8월 규정이 삭제되면서 이 제한은 사라졌다.


이후 후보자들이 건물 외벽 전체를 사실상 광고판처럼 활용하면서 현수막 크기 경쟁이 벌어졌다.


현수막 관련 민원이 증가하자 지난달 행안부는 선관위와 협의해 '선거광고물 관리지침'을 마련하고 이달 4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전국 불법 광고물 일제 점검에 들어갔다.


지침은 선거광고물을 유형별로 나눠 선관위가 승인한 후보자 광고물과 정당 현수막은 옥외광고물법 적용을 배제하고, 투표 참여 권유나 후원금 모금 고지 등은 옥외광고물법상 기준을 적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당내 경선운동, 예비후보자, 선거운동기구, 정당선거사무소, 당사 게시 선전물 등은 '자율책임' 대상으로 분류해 옥외광고물법의 즉각적인 적용이 보류됐다.


후보자 등에게 안전 확보와 유지·보수 책임을 부여하되, 지침 시행 전 설치됐거나 자율책임이 적용되는 광고물은 처분보다 계도하는 정도로 관리하고 있다.




서울 시내 난립한 선거 관련 현수막들

[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현수막이 창문을 어느 정도까지 가리면 위험한지, 임시 구조물을 어디까지 허용할지 등 세부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지방자치단체가 선제로 제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선거운동의 자유와 안전 관리 사이에서 난처함을 토로한다.


한 지자체 담당 공무원은 "현행 법령에 명확한 제한 규정이 없는 만큼, 법 위반이 분명하지 않은 현수막에 대해서는 철거를 강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선거 현수막이 난립할수록 유권자의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같은 건물에 비슷한 현수막이 여러 장 붙어 도시 미관을 해치고, 선거가 끝난 뒤에는 대량의 폐현수막 처리 문제도 남는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지자체를 통해 집계한 폐현수막 발생량은 4천971t 규모였는데, 올해는 지방선거로 선거용 현수막이 많이 제작되면서 5천t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현수막은 재활용이 어렵고 재활용에 드는 비용이 소각비보다 최대 세 배 이상 비싸 소각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선거용 현수막은 잉크 이염 문제로 재활용보다는 소각될 때가 더 많아 환경 오염 문제도 있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보장하되, 초대형 현수막이 안전과 생활환경을 해치지 않도록 최소한의 기준은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은 "건물 전체를 뒤덮는 초대형 현수막의 경우 창문을 모두 덮어 화재 발생 시 연기 배출 통로를 막고, 구조에 방해가 되는 등 안전 문제가 커 보인다"며 "현수막 규격과 설치 방식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두고, 디지털 홍보 등 다른 수단을 확대하는 방향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dkkim@yna.co.kr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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