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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포상 2만여개 첫 전수조사…'유신헌법' 김기춘 우선 검토
'국가폭력' 서훈 뺏는 경찰·국정원·국방부…검사는 취소 '0건'
'사법살인'에 "국가보위" 치하…"반헌법행위 박탈 근거 포함해야"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최원정 기자 = 과거 독재정권 하에서 고문과 간첩 조작의 공로로 포상을 받은 검사들의 서훈을 취소하기 위해 법무부가 첫 전면 조사에 착수했다.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실에 따르면, 법무부는 1955년부터 71년 동안 검사와 수사관들에게 수여된 훈·포장과 표창 2만여개의 공적 사유에 대한 전수조사에 지난달 착수했다.
법무부는 박 의원에게 보낸 답변서에서 "정부포상 취소 추진방안 등에 대해 행정안전부와 두 차례 회의를 진행했다"며 "향후 순차적으로 수상자들의 상세 공적 자료를 확보해 서훈 취소사유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상훈법과 정부표창규정에 따르면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진 훈·포장과 표창은 취소할 수 있다.
특히 법무부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박희태 전 국회의장 등이 1973년 유신헌법 기초에 참여한 공로로 받은 홍조근정훈장을 우선 검토 대상에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실장은 2024년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로 징역 2년을 확정받으면서 "국가 발전에 공헌했다"며 훈장이 감형 사유로 적시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기도 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간 법무부와 검찰은 현장 수사관의 고문을 묵인하고 무리한 기소를 강행한 '법 기술자' 검사들에게 책임을 지우는 데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서 "과거청산 무풍지대"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2018년부터 '거짓 공적'을 이유로 고문·간첩 조작 가담자 62명의 서훈이 취소됐으나, 이들 모두 경찰, 국방부, 중앙정보부·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소속으로 검찰은 한 명도 없었다.
경찰과 국정원은 이미 지난 3월부터 과거사 관련 정부포상 전수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도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 데이' 마케팅 논란 직후인 지난 26일 부적절한 정부포상 취소를 재차 강조한 바 있다.
지난 3월 성공회대 민주자료관과 평화박물관이 출간한 '반헌법행위자열전'이 고문·조작에 관여했다고 지목한 검사 49명 중 30명이 법무부 추천을 받아 모두 54개의 훈·포장과 대통령 표창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훈·포장과 표창은 모두 여전히 유효하다.
대표적 '공안검사'로 꼽히는 이규명 전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장은 1971년 '재일 조총련계 학생 국가 전복기도 사건'을 수사한 공로로 1984년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당시 간첩으로 몰렸던 서승 전 일본 리쓰메이칸대 교수는 국군보안사령부의 가혹한 고문을 못 이겨 분신을 시도할 정도였으나 이 검사는 이를 묵살하고 기소를 강행했다.
1974년 '통일혁명당 재건위 사건' 등을 담당한 최명부 전 대검 중수부장도 1986년 "중요 공안사건 수사를 통해 국가 보위와 사회 안정에 공헌했다"며 홍조근정훈장이 수여된 기록이 확인됐다.
최 검사가 '북한의 지령을 받아 반정부활동을 했다'고 지목해 사형을 구형한 고(故) 김태열 씨는 1982년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김씨는 처형 43년 만인 지난해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재심 재판에서 김씨 유족을 대리한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최 검사가 국군보안사령부의 고문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며 "당시 법률로도 보안사의 민간인 수사는 분명한 불법이었다"고 지적했다.

[최정규 변호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시민사회에서는 법무부의 뒤늦은 과거사 청산과 반성을 환영하면서도 불명확한 서훈 근거를 핑계로 '용두사미'로 그칠 수 있다며 경계하는 분위기다.
법무부는 2019년 박정희 정부의 구로공단 조성 과정에서 경작지 강탈에 가담한 검사들에 대해 서훈 취소를 검토했으나 끝내 무산됐다. 해당 사건과 관련된 공적을 인정받아 서훈이 수여된 게 맞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박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검사들의 서훈 공적 내용 대부분도 구체적 근거 없이 '범죄 수사 유공', '국법질서 확립' 등 추상적으로 기재돼있다.
2018년 국가폭력 가해 공무원들의 서훈 취소를 이끈 최 변호사는 "반헌법적 범죄 등 서훈 취지를 몰각한 행위를 했어도 상훈이 유지되는 게 맞는지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며 "심의를 거쳐 상훈 유지가 국가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며 박탈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의원도 "반헌법 행위에 가담한 검사들의 서훈을 취소하지 않는 건 인권 수호에 책임 있는 검사가 오히려 국가권력을 이용해 국민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걸 격려한 것"이라며 "반헌법적 범죄나 중대한 국가폭력 행위에 가담한 경우 서훈을 박탈할 수 있도록 상훈법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TV 제공>>
away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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