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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보유국 엄연" 주장에도 시진핑, 비핵화 언급 안한 듯
정부, 현실 고려한 단계적 비핵화 추진·정책 재설계 언급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일 최성남 군수공업부 부부장과 함께 새로 가동한 핵물질 생산공장에서 원심분리기 사이로 생산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김 위원장 뒤로 강경호 핵무기연구소 부소장이 수행하고 있다. 2026.6.4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북한이 핵보유국을 자처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 비핵화'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 남북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국들이 함께 6자회담을 열고 북한 비핵화를 위해 공을 들였던 기억은 이제 '북핵 일지'에 기록으로만 남을지 모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평양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언급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중국 신화통신 보도를 통해 파악됐다. 양국 정상은 주권·안전, 발전이익 수호 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환영하여 지난 8일 평양체육관에서 공연이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관람을 마치고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이 악수하고 있다. 202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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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의 방북 하루 전 북한은 "우리의 핵보유국 지위는 절대불퇴의 한계선이며 누가 인정하든 말든 엄연한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강하게 주장하는 가운데 중국의 정상외교 행보도 비핵화보다 전략적 협력 강화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양국이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뒤이어 열린 중러 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채 대북 제재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중국이 미국의 면전에서는 비핵화를 언급했지만, 러시아와는 결이 다른 의기투합에 나선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중재역'을 요청했으나, 시 주석이 이번 방북에서 얼마나 역할을 해줬을지 의문이다. 정상외교 특성상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공개된 내용으로는 뒷전으로 밀렸을 것이라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6.8 superdoo82@yna.co.kr
평양에서 북중 정상회담이 열린 시각과 비슷한 시점에 서울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비핵화를 향해 가야 한다"면서도 "현실적으로 단기·중기·장기 목표를 두고 실제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방치하는 것은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무책임한 일이라고 강조했지만, "현재 상태로 이 상황을 중단시키는 것만으로도 한반도와 국제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단기적인 비핵화가 어렵다는 것을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같은 날 오후 피터 셈네비 스웨덴 한반도특사를 접견하며 비핵화만 앞세워서는 한반도 평화를 확보하기 어려우며, 현실과 마주하고 정책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단계적 접근법과 맥을 같이하는 언급으로 평가된다.
스웨덴은 서방 국가 중 유일하게 북한에 대사급 상주공관을 두고 외교채널을 유지하고 있으며, 북한에서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이익대표부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정 장관의 의중을 북한에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북한 비핵화는 더 이상 시간표가 있는 과제가 아니라 방향만 남은 목표가 되어가고 있다. 북한이 국제 사회를 향해 '핵보유국 지위가 엄연한 현실'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허공에 메아리로 사라지는 허언만은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국제 조약인 핵확산방지조약(NPT)이 핵보유국으로 공인한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등 5개국과 함께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학자들의 논문이나 인공지능(AI) 검색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고 북핵 문제를 '흐르는 강물'에 맡길 수는 없다. 남북 대화 단절로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다면 우회로라도 찾아야 한다. 한반도 미래가 달린 비핵화를 목표로 뛰다가 '비공인 이정표'를 보고 돌아설 수는 없다.
h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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