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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봅시다] ② 나무 21만 그루 분량 공보물, 10명 중 1명만 정독

입력 2026-05-25 06: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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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권리 위해 의무발송하지만, 후보별 편차 심하고 쓰레기통으로


취합발송 공무원 밤샘 고충…디지털전환은 '고령층 소외'에 발목




'거소투표용지' 발송 작업 시작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23일 서울 구로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계자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거소투표용지와 선거공보 발송작업을 하고 있다. 2026.5.23 kjhpress@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채린 기자 = 각 가정에 곧 도착할 6·3 지방선거 공보물을 두고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권자의 알 권리를 명분으로 막대한 자원이 투입되지만, 후보의 자금력에 따라 정보 제공 격차가 발생하는 데다 열독률마저 떨어져 환경만 훼손한다는 지적이 잇따라서다.


선거공보물은 공직선거법 제65조에 따라 유권자의 알 권리 보장과 후보자 간 기회 균등을 위해 선거일 10일 전까지 각 세대에 의무적으로 우편 발송된다.


이번 지방선거 공보물은 24일까지 발송돼 월말께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선거 공보물은 시·도지사는 12면 이내, 구·시·군의원은 8면 이내로 제작할 수 있다.


거대 정당 후보는 대체로 고급용지로 최대 분량을 만들지만, 군소 정당이나 무소속은 비용 문제로 면수를 채우지 못하거나, 한 장·흑백·단면으로 보내는 경우도 많다.


알 권리를 위한 제도가 오히려 정보 불균형을 초래하는 역설이다.


막대한 자원이 투입됐지만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닿지 않는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2월 26일부터 3월 31일까지 유권자 6천820명을 조사한 결과 종이 공보물을 '자세히 읽는다'고 답한 비율은 11%에 그쳤다.


52%는 '대충 훑어본다'고 했으며, 읽지 않거나 봉투째 버리는 비율은 37%였다.


버려지는 공보물은 곧 환경 훼손으로 이어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4년 전 제8회 지방선거 당시 쓰인 후보자 공보물은 총 5억8천만장, 1만2천853톤(t)에 달한다.


종이 1t 생산에 30년 된 나무 17그루가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21만 그루가 잘려 나간 셈이다.


올해는 후보자가 7천829명으로 지난번의 7천495명보다 334명(4.5%) 늘어 인쇄 규모 역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제21대 대통령 선거 당시 버려진 종이 선거공보물

[연합뉴스 자료사진]


공보물을 수작업으로 포장해야 하는 공무원들의 고충도 매 선거 반복된다.


서울 강서구의 한 공무원은 연합뉴스에 25일 "주민센터마다 최대 3만5천 세대에 발송할 공보물을 모아 봉투에 넣어야 하는데, 아침 일찍 시작해도 다음 날 새벽에 끝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은 한 봉투에 40개가 넘는 공보물을 담아야 한다. 분류도 까다롭고 한 곳에 다 넣기도 힘들다"고 호소했다.


종이 공보물을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하다.


환경단체 '지구를 지키는 배움터' 원종준 대표는 "SNS와 웹사이트 등 종이 공보물을 대체할 환경은 마련돼 있지만 제도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며 "세계적으로 이뤄지는 친환경 전환을 우리나라는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입법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강득구 의원은 2024년 9월 각각 공보물 휴대전화 문자 발송, 공보물 재생 용지 사용 의무화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지난해에도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 등이 선거공보를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로 받게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논의에 진척은 없다.


종이 공보물의 디지털 전환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스마트폰이나 PC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유권자에게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헌법상 보장된 '참정권'을 침해하는 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종이 공보물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에는 공감하지만, 한 번에 없애기보다는 단계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복환 공무원노조 서울지역본부 부본부장은 "전자 공보물로 전환하되, 도서관이나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에 종이 공보물을 비치해 필요한 사람은 가져가게 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했다.




주민센터에 쌓인 6·3 지방선거 공보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lyn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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