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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국가 간 관계 명확히 하려는 의도…국가차원 교류확대 기대 어려워"

(수원=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23일 수원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 내고향여자축구단과 도쿄 베르디 벨레자의 경기. 내고향 선수들이 인공기를 들고 우승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5.23 ksm7976@yna.co.kr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하 내고향)이 북측 선수단으로 7년여만에 남한을 찾아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방남 기간 시종 냉랭한 태도로 일관하고 남한과 관련해서는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이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 기조와 경색된 남북관계를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내고향은 지난 20∼2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토너먼트에 참가해 20일 준결승에서 수원FC위민을 2-1로, 23일 결승에서는 도쿄 베르디를 1-0으로 꺾고 우승컵을 안았다.
이로써 우승 상금 100만달러(약 15억원)와 함께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챔피언스컵 참가 자격도 확보하는 등 목표했던 바를 달성했다.
북한 스포츠 선수단으로는 2018년 12월 인천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 투어 그랜드파이널스 대회 이후 약 7년 5개월 만인 내고향의 이번 방남은 2023년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동족이 아닌 '적대적 두 국가'이자 '전쟁 중인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노딜' 이후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내고향의 방남이 확정되자 일각에서는 이를 계기로 남북관계를 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다.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한겨레통일문화재단 등 20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은 '2026 AFC-AWCL 여자축구 공동응원단'을 꾸려 경기장을 찾았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내고향의 방남과 관련해 "좋은 선례를 남기는 것이 목표"라며 "차곡차곡 신뢰를 쌓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내고향이 출국한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내고향팀 방문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이번 대회가 바늘구멍만큼일지라도 남북 간 작은 신뢰의 가능성을 엿보는 좋은 선례가 되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고향은 지난 17일 베이징을 거쳐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24일 출국할 때까지 8일간의 동안 남측과의 접촉을 차단하고 경직된 태도로 일관했다.
공항 입국장과 출국장에서 실향민 단체와 대북지원단체 관계자들이 환영과 축하 인사를 건넸으나 선수단은 그쪽으로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무표정으로 지나쳤고 취재진 질문에도 응하지 않았다. 숙소와 훈련장 등을 오갈 때도 굳은 표정으로 정면만 응시했다.
결승전 후에도 선수들은 인공기를 펼쳐 세리머니와 기념 촬영을 했으나 끝까지 자리를 지킨 공동응원단 300여명 쪽에는 인사하지 않은 채 퇴장했다.

(영종도=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2025-20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승리한 내고향여자축구단 선수들이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2026.5.24 [공동취재] cityboy@yna.co.kr
또 리유일 내고향 감독은 결승전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 기자가 '북측'이라고 언급하자 "국호를 바르게 해 달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다 기자회견 곧바로 회견장을 떠나는 등 호칭과 관련해서도 한층 민감한 모습을 노출했다.
선수단이 남한에 도착하고 출발할 때 외국인이 입국할 때처럼 여권을 제시한 것도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으로 달라진 남북교류의 모습을 보여줬다.
남북한 주민의 상호 방문은 남북 특수관계를 반영한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방문증명서를 발급받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외국을 통해 들어오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도 통일부가 대한축구협회에서 제출한 내고향의 방남 신청서 승인하고 남한 방문증명서를 발급했으나 내고향 선수단은 인솔자의 지시에 따라 여권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입심사는 방문증명서로 이뤄졌으나 선수단은 여권을 제시해 '국가 대 국가' 관계임을 강조하고자 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도 이번 내고향의 방남에 대해 북한이 남한을 별개의 국가로 대하려는 의도와 방식을 분명히 한 것으로, 남북 관계에 전환점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 지금까지 자신들의 정책담론 내에서 '적대적 두 국가'를 얘기해왔는데 사회문화 여러 부문에서 남한을 어떻게 대할지 원칙과 기조를 보여주기 위해 (내고향이) 왔다고 본다"며 "국제연맹에서 하는 경기라는 규범 안에서는 남한에 와서 경기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제관계의 틀 안에서 국가 대 국가로서의 접촉을 넓혀갈 계기는 열었다"면서도 "민간 차원에서의 시도는 계속될 수 있겠지만 이전처럼 국가적인 차원의 사회문화적 교류로 이어지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도 내고향의 방남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관리하고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주목해야 한다"며 "북 입장에서는 적대성을 더 강화하지도 우호적으로 바뀐 것도 없다. 국가 간 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한 차원에서 참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 연구원은 그러면서 "국제 스포츠 경기가 남북 간의 정치적 군사적 긴장 상황 변화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는 대단히 의문"이라며 "과도한 기대는 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원=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23일 수원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 내고향여자축구단과 도쿄 베르디 벨레자의 경기. 우승한 내고향 선수들이 인공기를 펼친 뒤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2026.5.23 ksm7976@yna.co.kr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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